2023-03-29 

규제 막혔던 플랫폼 12건 ‘규제특례’
물류·통학·폐차 등 서비스 본격화
규제 털자 “사업 확장” 목소리도 

“공업사 같은 곳에서 차를 고쳐준다고 하면서 불법으로 노후된 차를 무보험으로 택배기사들에게 빌려주는 사례가 많다. 차가 고장날 때마다 모든 업무가 막혔던 영세한 생계형 화물기사들에게 화물차 대여 플랫폼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택배용 예비 화물차 대여 플랫폼을 마련한 송대일 A모터스 대표는 29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면서 차가 고장난 택배기사들로부터 임시로 차를 빌려줄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가 마련한 플랫폼은 택배용 화물차가 사고나 고장으로 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같은 급에 해당하는 차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화물기사들은 같은 상황에서 다른 동료기사들에게 물량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운전기사가 딸린 화물차를 통째로 빌려 운송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화물기사들을 위한 예비용 화물차 대여 서비스를 고안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혔다. 현행 화물자동차법상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이 금지된 탓이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 근거해 영업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시설과 장비 등의 요건을 갖춰야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정보통신기술(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서비스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심의위는 “택배차 사고·고장 시 마땅한 대체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인 택배기사에게 유용한 서비스”라고 봤다.

실증특례는 현행법상 금지된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하고 검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규제특례 승인을 계기로 규제에 발이 묶였던 플랫폼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될 전망이다. 산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한 플랫폼도 규제를 털고 소비자를 만나게 됐다.

심의위는 같은 날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업 9건을 포함한 총 12건의 규제특례 등을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사업은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들이 주를 이룬다.

㈜스쿨버스가 신청한 ‘세이프 스쿨버스 플랫폼 서비스’도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이 플랫폼은 운송전문업체가 유치원이나 학원과 운송계약을 맺고 학생들을 통학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송전문업체의 운전기사와 통학용 승합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은 유치원이나 학원이 직접 또는 공동으로 소유한 경우에만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허용한다. 심의위는 현행 안전·감독 규정을 준수하는 조건을 전제로 이 플랫폼의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차주와 폐차업체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규제샌드박스 법령정비요청제의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조인스오토가 신청한 ‘모바일 폐차견적 비교 플랫폼’은 앱에서 폐차를 원하는 차주와 폐차업체를 중개하고 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해체재활용업에 등록하지 않은 자는 폐차 대상인 자동차를 수집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

조인스오토는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법령 정비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인스오토는 실증특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시허가를 받아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주택 재건축·재개발 관련 총회 의결을 전자적으로 할 수 있는 ‘주거정비 총회 전자적 의결서비스’를 포함해 무인 담배판매 키오스크, 행정·공공·민간기관 모바일 전자고지 등의 서비스가 규제특례 승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강명수 대한상의 공공사업본부장은 “플랫폼 서비스들이 규제에 막히지 않고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늘릴 수 있도록 샌드박스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출처 : https://www.mk.co.kr/news/business/10698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