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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제 / 화물∙특장 ]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개꼴인데 운전자들 불편 호소, 왜?
2023-05-09
지난해 서울 시내 ‘충전 방해’ 전년 대비 6배 급증… 충전하는 척 주차 ‘얌체족’도
충전이 아닌 단순 주차를 위해 충전시설을 점유한 전기차. [독자 제공]
서울 동작구에 사는 40대 전기차 운전자 김 모 씨는 최근 전기차 충전에 애를 먹고 있다. 전기차를 모는 주민이 부쩍 늘어난 반면, 전기차주 사이에서 ‘집밥’으로 불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충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사는 아파트에선 퇴근 시간이면 빈 충전기를 놓고 전기차주 간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김 씨는 “일부 주민이 충전이 완료됐음에도 전기차 충전기를 계속 독점하거나 내연기관차를 충전기가 설치된 곳에 주차하기도 해 답답하지만, 동네 사람을 신고하기가 주저된다”고 토로했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 OECD 최고라는데…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대수가 빠르게 늘면서 차주들이 체감하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9만 대를 돌파해 전년 대비 68.4% 증가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나섰고,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도 전기차 모델을 여럿 출시해 소비자의 호응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차주들이 꼽는 전기차의 최대 매력은 역시 낮은 연료비다. 기온에 따른 배터리 효율 등 일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내연기관차에 비해 연료비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20만 개를 넘어섰다. 2018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해 인프라 구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 계산하면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개가 마련된 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상 넉넉한 충전기 보급 개수와 전기차 운전자의 체감에 간극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충전 인프라는 충전기 개수뿐 아니라 운전자가 생활권에서 원하는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접근성이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은 내연기관차 주유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급속과 완속으로 구분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수명 및 안정성 제고를 위해 대개 80% 수준까지 충전하는데, 50킬로와트(㎾) 급속충전기에서 완전충전(완충)은 1시간가량 소요된다. 급속에 비해 충전 요금이 저렴한 7㎾ 완속충전기로는 완충에 약 7시간이 걸린다. 주거지 인근에 완속충전기가 충분히 설치돼 예측 가능한 충전이 가능하고, 급할 경우 고속충전기 접근도 용이해야 하는 이유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 갈등도
급속충전기가 많이 설치돼 있고 접근성도 좋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충전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전기화물차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내 충전시설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전기승용차주들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잖다. 전기화물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은 전기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으나, 적재중량이 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충전이 필요하다. “생업을 위해 차량을 모는 것이라서 잦은 충전이 불가피하다”는 전기화물차 운전자와 “충전시설을 점령한 화물차 때문에 불편이 크다”는 전기승용차 운전자 간 입장이 맞선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시설을 이용하려다 전기화물차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60대 전기승용차 운전자 송 모 씨는 “전기화물차주만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충전시설이 충분하다면 이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가와 시내 곳곳에 고속, 완속 충전시설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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