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상보다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나라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올해 '세수 결손'은 현실로 다가왔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목표로 한 국세수입액(400조5000억원)이 얼마만큼 걷혔는지를 나타내는 세수진도율은 33.5%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세수 펑크'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1월부터 국세가 전년 대비 덜 들어오며 세수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다. 월별로 보면 1월은 전년 동월 대비 6조8000억원, 2월 9조원, 3월 8조3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4월 감소폭은 9조9000억원으로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가장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수 감소 배경에는 법인세 부진이 우선으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함에 따라 지난해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올해 법인세 세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4월 세수 감소분 9조9000억원 중 법인세는 9조원 감소했다. 4월 줄어든 세금의 90.9%는 법인세라는 이야기다.
4월까지 누계로 보면 법인세는 15조8000억원 감소했다. 감소한 세수 46.5%가 법인세에 해당하는 셈이다. 법인세는 3월 납부가 원칙이지만 연결법인(대기업)은 4월, 중소기업은 5월까지 분납할 수 있어 5월까지 법인세 세수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105조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월까지 법인세가 15조8000억원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법인세 세수는 90조원 내외에 머무를 전망이다. 정부 전망치보다 최소 15조원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 둔화로 소득세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한 달간 소득세는 1조8000억원 줄었다. 4월까지 누계로 보면 8조9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양도소득세가 7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양도소득세와 세정 지원에 따른 종합소득세 기저효과(2조3000억원)를 제외하면 누적 소득세는 작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호황인 점을 고려하면 양도소득세는 당분간 전년보다 증가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세수 결손'이 기정사실로 된 가운데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 부담은 향후 5년간 91조원이 넘어갈 거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2년 가결 법률의 재정 소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으로 향후 5년 동안 총 91조7634억원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 154건 중 현재 점검이 가능한 재정 수반 법률 110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 중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발생하는 세수는 5년간 연평균 16조3994원, 총 81조9967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재정지출에 따른 재정 부담은 연평균 1조9533억원으로 5년간 9조7666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연평균 8조2351억원, 총 41조1756억원의 세금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카드 등 사용 금액 소득공제 지원 강화로 연평균 1조7710억원(총 8조8548억원), 근로 및 자녀장려금 재산요건 완화 및 지급액 인상 등으로 연 9333억원(총 4조6663억원) 등이 포함됐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별 법인세율 1%포인트(p) 인하 등이 반영돼 연평균 4조1163억원(총 20조5813억원) 감소하고 소득세는 과세표준 구간 조정으로 연평균 2조6992억원(총 13조4962억원)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올해 세수 결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재추계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세수가 '상저하고' 흐름에 따라 하반기 개선되더라도 정부의 목표치 400조5000억원에는 도달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이다. 당장 5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이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예산보다 38조5000억원 부족하다. 이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14년(10조9000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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