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의 카호프카댐이 6일(현지시간) 무너져 인근 마을의 침수피해와 원자력발전소(원전) 위험이 우려된다. 침수 피해를 우려한 우크라이나 주정부는 하류에 위치한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강물 수위가 낮아질 경우 상류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수 부족 문제도 위협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군 남부 사령부는 페이스북에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 지역의 카호프카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 파괴 규모, (방류된) 물의 양과 유속,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카호프카댐이 붕괴돼 강물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장면이 속속 올라왔다(아래 영상은 트위터 'The Spectator Index' 갈무리).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초기엔 엇갈린 보도를 내놓았지만, 점차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타스 통신은 최초 기사에서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밤 댐을 상대로 한 공습은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댐 밸브 일부가 파괴됐다고 정정했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도 보고됐다.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카호프카시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호프카댐의 일부가 포격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 시장은 "이날 오전 2시쯤 수문 밸브가 위치한 보에 여러 차례 충격이 가해져 (보가) 무너져 내렸지만 댐은 파괴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격 직후 수위가 2.5m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안드레이 알렉센코 헤르손주 책임관은 리아노보스티에 우크라이나군이 카호프카댐에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카호프카댐으로부터 인근 마을까지 거리는 5㎞ 거리에 불과하다. 카호프카댐이 파괴될 경우 수천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타스통신도 댐 파괴로 마을 80곳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정부는 "5시간 내에 심각한 수위까지 물이 차오를 수 있다"며 카호프카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긴급 대피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같은 대피령이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알렉센코 책임관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드니프로강 수위는 당국에 의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높이 30m, 길이 3.2㎞에 달하는 카호프카댐은 1956년 수력 발전소의 일부로 드니프로강에 건설됐다. 카호프카는 2014년 러시아에 불법 합병된 크름반도(크림반도)로 향하는 수로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저수지가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미국 유타주의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와 거의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호프카댐으로부터 북쪽으로 110㎞가량 떨어진 드니프로강 상류에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가 위치해 있다. 따라서 댐 붕괴시 수위가 낮아져 원전 냉각수가 부족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현재 상류 수위가 5m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카호프카댐이 붕괴됐다는 소식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테러리스트 집단이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을 파괴했다"면서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추방돼야 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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