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구’에 따르면, 2024년부터 덤프트럭의 시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덤프 등 건설용 트럭 제조사들은 수급조절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건설용 트럭 수급조절과 관련해 “신규 진입 차단하기 위한 담합 카르텔을 깬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혀, 수급조절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전국건설노동조합 등 개인 차주와 임대사업자 측은 재산권 보호와 차량 가동률 하락 방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대로 수급조절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의 수급조절 제도는 정부가 덤프트럭 등 건설용 트럭 과잉 공급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2008년 구성된 건설기계수급위의 심의를 통해 건설용 트럭의 신규등록을 일정 기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정부는 건설용 트럭에 대한 수급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데는 노후 건설용 트럭이 교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트럭 유입이 지속되면 트럭의 과잉 공급과 노후 트럭으로 인한 부실공사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건설경기 사이클에 따라 건설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과잉 공급 트럭으로 인한 건설용 트럭의 임대단가 급락, 자가용 건설용 트럭의 불법 영업행위 등 건설시장 무질서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15톤 및 25.5톤 이상 덤프트럭과 6㎥(루베) 이상 믹서트럭 등 건설용 트럭은 운행차량의 등록말소(폐차·수출·도난 등)를 전제로 대·폐차되고 있으며, 신규등록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2009년 8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4년 동안 수급조절이 2년마다 반복 연장돼, 지속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덤프 및 믹서트럭 수급조절은 당초 취지대로 건설현장을 안정화하는 데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덤프트럭은 2022년 말 기준, 영업용 및 자가용, 관용 포함 등록대수가 5만 4,930대로 2009년(5만 3,161대)에 비해 4년 동안 고작 3.3%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믹서트럭은 2만 3,036대에서 2만 6,326대로 14.3% 늘어났다.
하지만 건설용 트럭 수급 안정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여럿 나타났다. 영업용 건설용 트럭 신규등록 제한과 대체 수요 감소로, 트럭이 노후화되면서 대기 환경오염 및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수급조절로 인한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이 수천만 원까지 올라 거래됐고, 자가용 불법 영업행위까지 빈번했다. 실제로 2017년 건설경기 호황을 누리던 덤프트럭 시장에서는 자가용 비율이 전체 덤프트럭의 20%까지 육박하기까지 했다. 손쉬게 등록할 수 있는 자가용 덤프트럭을 구입, 건설현장에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노후 덤프트럭의 꾸준한 폐차와 대차로 13.0%까지 줄어든 상황. 이런 상황에서 수급조절 정책으로 인해 전체 등록대수(5만 4,930대) 중 영업용은 4만 7,000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용 트럭 수급조절 제도는 존폐 혹은 연장 여부를 놓고 각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충돌이 반복되는 등 또 다른 부작용도 낳았다.
기존 건설용 트럭 개인사업자 및 임대사업자들은 수급조절 연장 및 지속성을 주장하고 있다. “건설용 트럭의 실질적 임대단가와 가동률이 높아질 때까지 신규등록을 제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운임단가 문제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덤프트럭 사업자로 구성된 건설산업연맹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은 “덤프트럭이 여전히 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차량 임대료와 월평균 가동률 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덤프트럭이 유독 수급상황에서 열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믹서트럭 사업자 측인 레미콘운송노동조합과 레미콘운송사업자 역시 “믹서트럭 경우 건설용 트럭 중 유일하게 지입제 형태로 운영돼 차주들 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경쟁 또한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차량 관리비 및 감가상각비용을 제하면 소득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수급조절 연장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건설협회 및 건설용 트럭 제조·판매사들은 건설용 트럭의 임대단가 상승 및 수급 불안정으로 건설현장에서의 공기(工期)지연 및 원가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수급조절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산 덤프트럭 제조사들은 연간 판매 규모가 정해져 있는 국내 영업용 덤프트럭 시장에서 수입산 브랜드들에 밀려 판매량의 지속적인 감소 및 적자 누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에 수급조절 해제나 덤프트럭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수급조절을 주장하고 있다.
믹서트럭의 수급조절을 이제는 중지하거나 완화해야한다는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레미콘 산업과 믹서트럭 간 수급 불균형으로 운반 수단이 부족하고, 레미콘 가격에 비해 운반비 인상이 과도해 경영상 어려움을 들고 있다. 레미콘협회는 2020년 기준 레미콘 가격이 2009년 대비 10.5% 인상된 데 반해, 운반비는 68% 늘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수급조절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2021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분석한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구 자료에 따르면, 건설투자와 건설공사비지수 등을 적용한 수요 모형을 활용한 결과 2024년부터 덤프트럭의 수요가 공급을 일부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건설용 트럭 중 덤프트럭이 건설현장에서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별도의 예측 모형을 기반으로 2024년부터 덤프트럭 공급 부족이 시작되며 2025년에는 건설 현장에서 약 1,112대의 덤프트럭이 모자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믹서트럭은 여전히 2025년까지 초과공급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건설현장에서는 지난 14년 간 건설용 트럭의 공급을 억제해 왔던 수급조절 지침이 완화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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