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뒤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혔고, 친 부장은 “대만 문제에 엄정한 입장을 밝혔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오전(현지시각) 미 공군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블링컨 장관의 도착 사진과 함께 “우리와 중화인민공화국의 관계는 가장 복잡하고 복잡하다”며 “양국 간에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적었다. 블링컨 장관은 애초 지난 2월 초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 문제로 연기됐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직접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2시25분께부터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친강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회담은 5시간30분동안 진행돼, 저녁 8시께 끝났다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전했다.
이날 만남에서 블링컨 장관은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두 대국인 미·중 간에 안정적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친 부장에게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와 폭넓은 현안에 대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미국민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세상을 위한 비전을 전진시키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하겠다”고도 말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친 부장을 워싱턴 디시(DC)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19일엔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
중국의 태도는 미국과 다소 온도 차이가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에서 친 부장이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에서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며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 부장은 “현재 중미 관계가 수교이래 최저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중의 이런 차이는 현재 국제 정치에서 양국이 서 있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굴기’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미국은 이 과정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막으려 한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이 겹겹이 쳐 놓은 ‘대중 포위망’을 상대해야 하는 중국은 미국과 소통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변화된 태도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양국은 이번 대화 채널 개설 외에 양국 간 핵심 주제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의 방중 목적으로 소통 채널 구축 외에 △미국의 가치와 이해 강조 △기후와 거시경제 안정 등 국제적 도전에 대한 협조 등을 들었다. <뉴욕 타임스>는 나아가 “(이번 회담에서) 안보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미국 관리들은 중국 주변 해역에서 중국군과 접촉에 대해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미국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등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지난해 8월 대만 방문에서 보듯 미국이 중국과 경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대만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이 ‘디리스킹’(위험회피)의 핵심 품목으로 지목한 반도체 금수 조처도 중국이 큰 곤란을 겪고 있는 분야이다. 중국은 또 미국이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 등 중국과 가까운 동맹들을 한데 묶어 대중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간 소통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두 정상은 ‘경쟁하더라도 충돌은 막자’는 데 뜻을 모으고 후속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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