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이 터널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KBS <일요진단>에서 내린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다. 추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얘기했다”며 “하방 위험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진단을 토대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던 물가상승률도 2%대 진입을 내다보고 있어 경기 반등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 전망과 달리 현장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3년 2/4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종전 1.5%보다 0.2%포인트 내렸다. 한경연은 “고금리에 따라 소비와 투자의 위축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함에 따라 수출 부진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 하향 전망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하반기 이후에도 리오프닝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성장률이 더 낮아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 흐름이 상저하저에 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민간과 결이 다른 정부의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나름의 절실함이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경기 대응을 뒷받침할 정책적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 대응에 쓸 재정이 부족하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덜 걷혔다.
야당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도 거부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출연한 방송에서 “한쪽에선 국세 수입이 수십조원 부족하다고 우려하면서 35조원 상당의 추경을 하자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경기가 스스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제상황은 정말 어려워지게 된다. 다만 정부는 감세정책 일부를 되돌리는 카드는 만지작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재정 확충을 위해 세제 혜택을 다시 환원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5년 만에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2021년부터 시작돼 8월 말까지 네 차례 연장된 유류세 인하 조치도 단계적 종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류세 인하로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었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에서 80%로 되돌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종부세율 인하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 공시가격 인하까지 겹치면서 보유 세수가 크게 줄어들어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다시 높일 경우 보유세 인하를 요구해온 다주택자·고자산가들로부터 공약 파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은 부담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수출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여기에 고금리·가계부채 영향으로 최근 소비지표도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많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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