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지사가 직원들에게서 '별점 폭격'을 받고 있다. 고강도의 근로 환경, 야근·추가 근무 등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가 미국 근로자들에게 맞지 않는 탓이다.
미 경제 매체 '포천'은 최근 TSMC가 미국계 직장 평가 웹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무더기 별점 폭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현재 TSMC 미국 지사의 직원 추천도는 27%에 불과하다. 미국의 또 다른 반도체 기업 인텔이 받은 85%와 대조적이다.
일부 직원은 직접 리뷰를 남겨 TSMC의 '잔혹한' 근로 문화를 폭로하기도 했다. 한 익명의 직원은 "한 달 동안 집에도 못 가고 계속 사무실에서 잤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주말 근무는 일반적이고, 하루 12시간 근무가 표준이다"라며 "일과 삶의 균형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고 했다. "TSMC는 미국에서 일할 준비가 안 됐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TSMC 경영진은 이런 미국 직원들의 반응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류더인 TSMC 회장은 주주 총회 이후 이어진 회견에서 "야간 교대 근무를 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만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그는 "근로 문화와 관련해 논의할 준비는 되어 있다"라면서도 "그것이 TSMC의 핵심 가치와 부합한다면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류더인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려면 단순히 높은 연봉만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라며 "반도체 그 자체에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3나노미터(nm), 4nm 공정을 위한 2개의 공장을 설립 중이다. 1공장은 2024년, 2공장은 2026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미국 공장에서 근무할 직원들은 현재 대만에서 6~12개월가량의 교육을 받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TSMC가 요구하는 수준의 노하우와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를 모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매체는 "기업 문화에 대한 미국 직원들의 악평 때문에 TSMC의 인재 수급은 더욱 차질을 빚을 수 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법(Chips Act)'을 통과시켜 약 50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산업 보조금을 국가 재원으로 마련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TSMC, 인텔, 삼성전자, IBM 등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을 수립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 전략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TSMC 창업자이자 대만 반도체의 대부로 불리는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은 지난해 미국의 정책에 대해 "순진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을 건설하는 건 단 한 번의 거액 투자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발전 속도가 빠르고, 대량의 노동력이 필요하며, 조립을 하는 데 고도의 정밀도도 요구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만보다 훨씬 느슨한 미국의 근로 문화, 각종 규제와 서비스 비용도 걸림돌이 될 거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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