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안건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부결됐다. 내년에도 업종과 관계없이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최저임금위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를 이어갔지만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엔 노동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구속 상태라 노동자위원은 1명이 적다.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됐다. 노동자위원 8명 전원이 반대표,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면 공익위원 9명 중 7명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차등 적용은 1988년 한 번만 있었다.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심의 과정에서 지불능력이 취약한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제외) 등 3개 업종에 국가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금액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노동자위원들은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효과 발생, 통계 데이터 부족 등을 이유로 업종별 차등에 반대했다. 아울러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은 ‘단일 최저임금’을 유지하고 있으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게 받는 업종을 따로 정하는 ‘하향식 업종별 차등’은 적어도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근거도 댔다.
올해 업종별 차등 논의 과정에서는 성별 임금격차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6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할 경우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부정적이고, 성별 임금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저임금 업종에 여성이 많은 만큼 업종별 차등 시 여성 노동자들은 업종 차별, 고용형태 차별, 성차별이라는 ‘3중 차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이날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210원(월급 기준 255만원)을 요구했다. 올해(9620원)보다 26.9% 많다. 최저임금 심의 시작 전인 지난 4월 초 공개한 1만2000원에 210원을 더했다. 노동자위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그 어느 때보다 획기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날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를 최대한 길게 하기 위해 요구안 공개를 늦췄다. 경영계는 동결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된 뒤 입장문을 내 “내년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이상,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반드시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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