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당초 정부가 자신했던 하반기 경기회복을 더 이상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보다는 저공 비행 형태의 '노 랜딩(No Landing)'이 예상된다. 상반기 부진을 떨쳐내야 하는 추경호 경제팀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부족은 재정당국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더욱 제한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은 결국 기업의 투자와 소비심리 회복에 달렸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당초 기재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 속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부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미흡 등의 영향에 올해 경제 성장 속도가 상당히 더딘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의 최종 경제성장전망치는 1.5%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국내외 경제분석기관 등이 내놓은 한국경제 성장전망은 모두 하향조정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1.5% 대비 0.2%p 낮춰 1.3%로 낮췄다. 지난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1.6%에서 0.1%p 하향 조정해 1.5%로 수정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지난달 30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9%에서 0.5%p 낮춰 1.4%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5일 1.6%에서 0.2%p 낮춰 1.4%로 수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달 11일 1.8%에서 0.3%p 내린 1.5%로 내다봤다.
이들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 전망치는 1.3~1.5% 수준이다.
상반기 경기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하반기 들어 경제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이를 테면 'L자형'의 저성장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데 입이 모인다. 하반기 내수 회복의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치솟은 물가 관리에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나 근원물가를 낮추기에는 특정 분야의 가격 하향조정으로 역부족이다. 이렇다보니 경제 주최의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것 역시 한계가 드러나는 것으로 지적된다.
침체된 수출이 극적인 상승세로 반전하기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다.
지난 16일 기재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의 부진이 경기 둔화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날렸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수출(522억2000억달러)은 선박(-48%)·반도체(-36%)·석유제품(-33%)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했다. 전년동월대비 15.2%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호조세가 이어지는 승용차(49%)가 나홀로 선방했지만, 반도체 수출의 절대 비중이 워낙 큰 탓에 분위기 반전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6월들어 수출 호조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나 상반기 결산 등에 따른 '반짝 효과'에 그치는 수준으로 예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얘기하는 경기 '상저하고' 현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L자형의 경기성장 곡선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정부는 경기 '상저하고'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상반기 경지 지표는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지표의 기저효과로 마이너스 성적을 보여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성장폭은 크지 않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지표를 보여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경제 저점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미 반전 시그널을 보여주는 지표도 나오고 있다.
수출의 경우, 이달들어 1~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1~20일 기준으로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만이다. 무역수지 적자 역시 16만7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억2400억만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5분의 1수준이다.
물가도 안정적인 수준에 들어섰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3%로 19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6~7월께 물가 역시 2%선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률 수치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인 69.9%를 나타냈다. 실업율 역시 2.7%로 관련 통계를 정비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6월 경제동향'을 통해 경기 개선 지표를 토대로 경기 저점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정부가 1.5%의 경제성장치를 전망한다면 상반기 부진에서 하반기 부진이 완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수출의 부진이 완화되는 신호는 있으나 무역수지 적자가 흑자로 반등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재정 지출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내기에는 세수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추가적인 재원이 들어가지 않고도 기업의 투자를 통해 전방위적인 경기 방어가 가능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성장률이 1% 중반대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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