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보건복지부가 2024년도 동네 의원의 건강보험 의료수가(의료서비스의 가격)를 1.6% 인상하면서 인상분의 일부를 필수 의료 확충과 진찰료 등 기본진료 조정에 투입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추가 재정투입 없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식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날(29일) 오후 2023년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4년도 의원·약국 환산지수 결정안을 의결했다.

복지부가 의료서비스의 대가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개별 행위별로 정해지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한 값이다.

환산지수는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의원, 약국, 한의 등 단체와 각각 협상해 인상률을 결정했다.

지난 5월 협상으로 병원, 치과, 한의, 조산원 등의 2024년도 환산지수 인상률은 타결됐으나 의원, 약국은 결렬됐다. 의원, 약국은 건정심에서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 각각 1.6%, 1.7%가 의결됐다.

전체 환산지수 인상률은 1.98%로 확정됐다. 다만 의원의 경우 1.6%의 인상률을 일괄 적용하되 부문별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의료행위의 수가는 1.6%보다 적게 인상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재정을 의원급 기관의 필수 의료 확충과 진찰료 등 기본진료로 조정에 투입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복지부는 검체·기능·영상 검사 분야의 수가를 동결해 재정을 소아·필수 의료에 쓴다는 계획이었으나 논의 과정 중 이견이 있어 구체적인 배분 방식은 추후 논의해 건정심에 보고하도록 했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도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은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로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동안 수가 계약에서 원가 대비 보상이 과다한 검사 수가도 일괄 인상되는 게 문제였다는 지적 때문이다.

건정심 결정을 두고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입장문을 내 "유례없이 치욕적으로 낮은 수가 인상률에 분노하며 도저히 이를 용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역대 최저 인상 폭 내에서 기존의 수가들을 빼내어 필수 의료 확충과 기본 진료료 조정에 투입한다는 조삼모사식 기만적 결정에 분노하고 이를 전면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수가 인상분을 의원급 필수 의료 확충과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사용할 경우 진료과 간 이른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이번 결정대로 타 전문과의 수가를 빼앗아 조금이라도 이익을 취하고픈 생각이 없음을 밝히고, 이 부당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인건비와 임대료, 의료물가 상승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 해결을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을 요구하는 공급자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편향된 협상 결과"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보장성 강화 △필수 의료 살리기 △비급여 축소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절실한 것은 재원이고 충분한 수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강요받는 개원가 원장들에게는 공단의 원가 이하의 수가 인상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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