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차 수출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용 자동차 전용 선박 부족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불황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돼 선박 운임이 두 배 이상 급등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2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항만에서 수출되는 중고차 수출 물동량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한 39만8097대를 기록했다. 2021년 총 46만6430대에 비해 7만대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은 2020년 38만6217대에서 2021년 46만6230대로 크게 늘었으나, 작년부터 감소세가 줄곧 이어졌다.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항인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량도 30만3416대로 작년 동기보다 25.8%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인천항 중고차 수출 물량이 3만1165대로 전년 같은 기간 5만여 대에 비해 2만대 가까이 급감했다. 인천항은 전국 중고차 수출량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리비아(18.2%)의 물동량이 급감했다. 작년 리비아로 수출한 중고차 물량은 5만4826대로 전년(11만573대) 보다 무려 55.74% 감소했다. 한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리비아는 한국산 중고차를 수입해 인근 아프리카 국가인 튀니지, 수단 등에 판매를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현지 경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튀르키예도 전년 대비 12.3% 감소한 2만2000대를, 칠레는 같은 기간 62.1% 줄어든 1만4192대를 기록했다.
중고차 수출량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돼 선박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중고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완성차업체들도 신차를 실어나르는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운반선의 선복량이 부족하다 보니 제때 차량을 선적하지 못하면서 수출을 기다리는 중고차 물량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최근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출할 중고차 물량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돼 선박 운임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1분기 평균 4만6167달러였던 6500CEU(1CEU는 차량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급 자동차 운반선 1일 임대료는 2분기 5만9167달러, 3분기 7만8333달러, 4분기 10만5000달러로 급등했다. 올해 1월에는 약 11만 달러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줄면서 중고차가 이를 대체해왔지만, 차량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서 중고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고차 주요 수입국인 북아프리카·중동아시아·남아메리카 국가의 경제 상황 악화도 중고차 수출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미국 달러 대비 각국 화폐의 환율이 상승한 점도 중고차를 수입하려는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반선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등 각종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고차 수출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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