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응해, 지난 5월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2차 반격의 지점을 갈륨과 게르마늄으로 설정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3일 저녁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다음달 1일부로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통제대상 광물은 금속갈륨, 질화갈륨 등 8가지 갈륨과 금속게르마늄, 용융게르마늄 등 6가지 게르마늄 금속이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4일 보도에서 중국지질과학원의 2020년 보고서를 인용해 전세계 갈륨 매장량은 약 23만톤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 중 대부분인 80~85%를 차지한다.
통제대상이 된 8가지 갈륨 중 반절연갈륨비소재는 군용 레이더, 위성통신, 광섬유통신 소재로 사용되며, 갈륨비소는 2세대 반도체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특히 질화갈륨은 대표적인 3세대 반도체 소재다. 5G 통신 반도체, 급속충전기, 전기차, 파워반도체, 레이더 등에 이용된다. 아시아금속망의 통계에 따르면 갈륨 생산량의 80%는 반도체산업에서 소비되고 있다.
중국은 갈륨의 최대 생산국으로, 채굴한 갈륨을 미국, EU, 일본, 한국 등에 수출해 왔고, 갈륨 가공제품을 수입해 왔다. 중국내 정밀가공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은 갈륨 가공기술 혁신에 총력을 기울여 왔으며, 자체 가공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갈륨 수출 통제에 나선 것.
또다른 제재품목인 게르마늄은 적외선 광학, 광섬유,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소재다. 특히 첨단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게르마늄 매장량은 8600만톤이며, 미국에 41%가 매장되어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의 게르마늄은 채굴원가가 저렴해 생산량 1위를 차지하며, 과거 10년동안 세계 게르마늄의 68.5%를 공급해왔다. 미국은 최대 매장국이지만 1984년 게르마늄을 국방비축자원으로 지정해 채굴하지 않고 있다.
중국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천펑잉(陳鳳英) 연구원은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핵심 금속을 서방에 공급하면, 서방이 이를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해왔다"며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만큼, 중국 역시 대등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수출 통제를 통해 제한된 광물자원을 보호하는 것도 일종의 국가안보"라며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전세계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갈륨은 대표적인 반도체 소재이며, 갈륨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한 반도체 제품이 많다.
중국내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핵심금속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으며, 갈륨과 게르마늄을 일정 부분 비축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라면서 "갈륨의 경우 전세계는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반도체산업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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