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 체감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식품가격상승률은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4.7%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정부가 라면을 시작으로 식품업체들을 상대로 '가격 전쟁'에 나선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5일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1년 9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한 해 평균 5.1%를 기록하며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점차 둔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마침내 2%대로 떨어졌다.
구입빈도가 높은 품목들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상승률은 이보다 더 낮은 2.3%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상승률이 2%대로 진입한 것은 무려 2년 3개월 만이다.
생활물가지수는 통계청 물가조사 458개 전체 품목 가운데 소비자가 구입을 자주하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체감물가와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폭이 크게 줄었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서민 먹거리 가격 상승폭은 그닥 줄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식품가격상승률은 4.7%로, 식품 외 다른 상품의 가격상승률(0.8%)과 큰 차이를 보인다. 5월 식품가격상승률이 5.0%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도 크지 않다. 체감물가가 다소 둔화됐다고 하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은 셈이다.
품목별 가격상승률을 보면 당근 22.1%, 양파 20.5%, 어묵 19.7%, 달걀 17.5%, 귤 16.7%, 기타육류가공품 15.7%, 오징어 14.2%, 호박 13.9%, 닭고기 13.7%, 라면 13.4%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라면값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7월 이후에는 식품가격 흐름이 달라질지 관심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라면값 인하' 권고 발언을 한 후 라면, 과자 등 식품업계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제조업체들은 7월부터 일부 라면 가격을 4~5% 인하했다.
정부는 현재 서민 먹거리 물가 안정 대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kg당 5719원이던 육계 소비자가격이 지난달 6563원으로 14.8% 오르는 등 최근 닭고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수입 닭고기 3만톤에 대해 연말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라면값 인하와 닭고기 무관세 적용이 물가 통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통계는 소비자가 소매점에서 제품을 직접 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작성된다"면서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시장가격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물가지수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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