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독일 에너지 솔루션 업체 'STABL 에너지'(STABL Energy)와 손잡고 태양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STABL 에너지에 98kWh급 폐배터리 27개를 공급했다. STABL 에너지가 스위스에서 진행하는 재생 에너지 시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해당 폐배터리는 주거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임시 태양열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STABL 에너지는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 테크놀로지(Infineon Technologies)의 모스펫(MOSFET)을 활용해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생, 고정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만든다. 모스펫은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를 말한다. 이번 시범 프로젝트는 독일과 스위스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아서 싱어(Arthur Singer) STABL Energy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보다 유연하고 안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의 2차 활용을 토대로 기술 혁신과 도약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 그리드에 전력을 연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손실을 최대 70%까지 줄이고 운영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담 화이트(Adam White)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전력 및 센싱 시스템(PSS) 사업부 사장은 "STABL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에너지 저장 솔루션은 마이크로전자공학 기술이 어떻게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보호를 촉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스마트 시스템을 통한 소형화를 토대로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료하며 기아와 STABL 에너지의 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폐배터리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으며 녹색 전력 공급망에서 중간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공급량 확대가 기대된다.
기아는 이번 프로젝트 협업에 앞서 지난해 독일 스타트업 앙코르(encore)와 폐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었다. 완성차 브랜드가 폐배터리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배터리 생산기업의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토대로 한 협업 모델이 일반적였다.
기아의 폐배터리 사업 진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됐었다. 베를린 유럽 에너지 포럼 캠퍼스(EUREF)에서 선보인 에너지 저장장치가 대표적이다. 해당 장치는 쏘울EV 폐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스마트 마이크로그리드로 거듭났다. 24개 배터리 모듈을 통해 태양열을 전기로 전환, 72kWh의 저장 용량을 제공한다.
한편,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용 증가로 그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 규모 추정치는 △2025년 3조원 △2030년 21조원 △2040년 87조원 △2050년 600조원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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