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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된 한전 차세대 플랫폼 '허브팝'...눈덩이 적자 속 200억 날려
2023-07-12 17:01만스회사
한국전력이 2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전력 데이터 관리 플랫폼 '허브팝(HUB-PoP)'이 부실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임직원이 임의로 기능을 축소한 탓에 플랫폼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며 개발 비용이 매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33조원 넘는 적자를 낸 한전은 차세대 플랫폼 구축 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입하고도 사전·사후 관리에 미흡했다. 관련자 징계와 별개로 한전의 부실한 내부 검증 시스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게재된 한전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전 전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4년간 총 213억원을 들여 전력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 허브팝을 개발했다.
허브팝은 전력 애플리케이션 개발·서비스 운영,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한전이 구축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플랫폼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품질·성능 검증을 통과하면서 공공기관 최초로 확인서를 취득했다.
허브팝 기술 개발이 끝난 2020년 말 기준 소프트웨어(SW) 기능 규모는 2만2540FP로 최종 산정됐다. 그러나 책임자인 선임연구원 A씨는 별도 협의 없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기능(4067FB) 작동을 중단시키고, 이듬해 3월까지 이 사실을 활용 부서에 알리지 않았다. FB(Funtion Point)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측정해 점수화한 단위다.
A연구원은 허브팝 담당자인 B차장에게 임의로 작동을 중단한 4067FB를 제외한 1만8573FB만 작동한다고 알렸다. 두 사람은 서로 협의한 끝에 허브팝 기능 중 5031FP를 추가로 축소해 총 1만3442FB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감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대체 신기술이 나와 2019~2020년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능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변명했다. 한전 측은 "객관적인 기준 없이 활용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능을) 제외한 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허브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과정도 허술했다. B차장은 인수 검사 결과 보고서의 모든 부분에 '적합' 판정을 내렸으나, 검사는 주로 개발업체가 시스템 화면 기능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쳤다. 응용 소프트웨어 기능에 대한 정밀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루 만에 끝난 인수 검사 역시 이틀 간 진행했다고 속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연구원은 B차장의 후임인 C차장과 공모해 허브팝 기능을 다시 한 번 축소했다. 결국 지난해 1월 활용 부서에 최종 이관된 건 6660FP 수준이었다. 당초 계획(2만2540FP)의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3~6월 이뤄진 별도 기능 점검 결과 2841FP만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기대했던 기능의 13%에도 못 미친다.
한전 측은 감사 결과 최소 57억5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다만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비 중 매몰된 비용만 따진 것으로 부실 용역, 성능 저하에 따른 업무 피해 등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전은 직접적인 당사자와 함께 관리 책임에 소홀한 다른 간부들도 포함해 징계(3명), 경고(2명), 주의(1명) 등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눈덩이 적자 해소에 주력해야 할 한전이 내부 관리 실패로 불필요한 손실까지 떠안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전 관계자는 "감사에서 지적 받은 점은 현재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당초 소프트웨어 기능 규모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건 아니고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자는) 징계 위원회에서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징계가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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