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6 

지상을 무차량화시켜 쾌적한 주거환경과 안전을 담보하고 지하주차장의 규모를 늘려 더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것. 2017년 이후 지어진 대다수 ‘신축아파트’들의 추세다. 그러나 신축아파트들의 이 같은 추세로 인해 1.5t 이하 탑차 소유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도로 위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는 한탄이다.

◇탑차, 도로 ‘불법주차’ 할 말 있다= 창원 진해구의 한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파트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만 주차장을 조성해 놨지만 A씨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배송업을 하는 A씨는 1.5t차량에 박스 모양의 화물칸을 설치한 ‘탑차’를 타고 다니는데 주차장 진입로 높이가 탑차보다 낮아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차량을 상가 주차장에 주차하거나 이도 여의치 않으면 아파트와 근접한 도로변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보수를 시작하고 일반 승용차들도 A씨와 같이 아파트 인근 도로변에 대면서 ‘탑차와 관련된 단속 민원이 들어오고 있으니 탑차 소유자들은 상가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조금 먼 곳에 차를 대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게 됐다.

A씨는 “관리비를 함께 내는 입주민으로서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억울한데, 탑차를 타는 것이 죄인 것 같았다”며 “차량이 탑차 하나밖에 없어 멀리 댄다면 매일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도내에 지상주차장이 없는 신축 아파트들이 늘어나자 탑차로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해의 한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는 또 다른 탑차 주인 B씨는 “예전에 불법주차로 벌금을 몇번 낸 이후 차를 타고 15분 이상 걸리는 공영주차장에 대고 있다”며 “이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 따로 자차가 없는 탑차주들은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 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화물자동차의 경우 차고지를 설치해야 차량을 등록할 수 있지만 1.5t이하 화물자동차는 차고지 설치의무가 면제돼 일반 주거지에 주차할 수 있다. 때문에 이들 1.5t 이하 탑차 소유자들은 별도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인근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하게 된다.

◇없어지는 지상주차장, 탑차 소유자 불편도 는다= 현재 도내 대부분 아파트 지하주차장 층고는 2.3m로 지어져 있다. 일반적인 탑차 높이는 2.5~2.7m가량으로 탑차 형태인 택배나 이사 차량 또한 지하주차장에 진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9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지하주차장 층고 최소기준을 2.3m에서 2.7m로 상향했지만 개정 이전 사업 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대상이 아니기에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또한 최근에 지어진 신축이지만 2019년 이전 사업 승인을 받아 지하주차장 층고는 2.3m다. 현재 도내 건설 중인 아파트들 또한 주차장 층고가 2.3m로 조성되고 있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의 경우 현재 건축이 진행되는 아파트 현장은 총 23개소이지만 주차장 층고 2.7m 의무반영 대상 사업장은 12개소다. 나머지 11개소는 2019년 이전에 사업 승인을 받아 주차장 층고가 2.3m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들 아파트 사업장은 대부분 지상에 주차장이 없게 설계됐다.

결국 지하주차장만 조성한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는 탑차 주인들은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차고가 높은 탑차는 대형차량과 같이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가시거리를 방해해 교통 안전을 저해하게 된다.

때문에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의 유동성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건설 중인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 확보 계획을 조사하고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로 갖추도록 권고했다. 이를 통해 높이 2.7m의 의무반영 대상이 아닌 93개 단지 또한 설계를 변경했고 6개 단지가 설계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출처 :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97930